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온실가스 감축 등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은 물론 환경 관련 시장으로의 대거 진출도 관심을 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현재의 환경규제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친환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표명하는 한편 풍력, 태양광, 청정 석탄, 물 사업 등 환경부문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로 친환경 기업의 이미지와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달릴수록 공기가 맑아진다는 친환경차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 붓고 있다.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환경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꺼내든 글로벌 기업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이 환경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환경이라는 유행을 타고 싶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사명감 때문에 돈을 쓰는 걸까.
물론 기업이 친환경 이미지로 누리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 노선이야말로 리스크 관리,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제품 경쟁력 강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할 기회라는 냉철한 판단이 깔린 선택이다.
우선 급속히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서둘러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온난화가 지구생태계에 미칠 치명적인 영향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면서 향후 온실가스 규제가 세계 각국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EU는 이미 전자정보제품에 유해물질 사용을 금지하거나 폐기물 처리를 제조업체에 의무화하는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와 일본, 중국 등도 제품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환경규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소니는 2001년 말 네덜란드에 ‘플레이스테이션2’를 출시했다가 중금속인 카드뮴이 법적 허용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는 바람에 전 제품이 수출 중단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환경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환경문제로 인해 만들어지는 거대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공신력 있는 보고서들은 지구생태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 각국이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투자에 나설 경우 관련 시장이 급속히 팽창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바스프, 보잉사 등이 공동으로 투자해 설립한 에너지전문 벤처캐피탈의 CEO 월 반 리어롭 씨는 앞으로 환경산업이 정보통신을 능가하는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도 미래의 구글이나 이베이와 같은 기업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에 있어 환경은 더 이상 골칫거리나 장식품이 아니라 거대한 기회와 수익을 가져다 줄 보물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자료출처 : 동아일보 2007.06.18]